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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소설

[The Universe] Johnson - short piece of the unverse


(저자 주 : 20여년 전 쯤 천리안(PC-Serve)에서 연재하던 연재물에 대한 추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10여년전쯤 끄적거리다 만 단편들, The Universe는 20여년동안 다시 준비단계임)



“조미료가 나쁘다고? 몸에 좋은 약은 항상 쓴맛이어야 할까, 이미 길들여져 있어, 부정하지마, 텅 비어버린 머리 속에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이미 수 만번이나 지나가버린걸, 이젠 더 이상 눈을 막고 귀를 막아도 찾을 수 없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 찾는 건 진실이 아니라 또 다른 조미료였을 뿐이야”

존슨은 계속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삶은 숫자가 아니야, 절대 균형적일 수 없어, 넌 변한 게 아니라 항상 그대로 였어, 억지로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하지마 더 우스워보여, 그런다고 절대 감춰지지 않으니까”

그때 그의 아우로 오른쪽 건물의 문이 열렸다. 존슨은 수신기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의 슈워즈는 막 건물을 나오고 있는 늙은이에게 세 번의 광채를 뿜었다. 주위는 소란스러워졌고 존슨은 빛을 비추어 그 늙은이의 얼굴을 잠시 확인한 후 아우로를 출발시켰다.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제 일은 저질러졌다.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 존슨은 익숙했던 어두운 거리가 자신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 모두 그의 적이 될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이 곳에 머물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일을 해치웠다는 만족감 따위는 들지 않았지만, 그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전장에서 이름 모를 적군을 사살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적도, 그러고 싶은 적도 없었다. 다른 이의 시각은 그를 판단할 수 없었다. 다른 이의 편안한 분석따위에 분노를 느낄 정도로 그의 머리는 한가하지 않았다. 존슨은 아우로를 세우고 주머니에서 수신기를 꺼내 던져버린 후 인적이 없는 뒷골목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곧 떠날 화물 우주선의 무거운 엔진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었다.

“늦지 않았군”

화물 칸 입구에 서 있던 사내는 가방을 존슨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

“여기 부탁한 것 들이네 먼저 이 알약부터 먹게”

존슨은 건네 받은 알약을 삼켰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볼 수 있을까?”
“힘들겁니다.”
“어디서 정착을 하든 잘 지내게,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겠지”

존슨과 그 사내는 서로의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 동안의 일들이 존슨의 머릿속을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 사내는 화물 칸을 빠져나갔다. 존슨은 구석진 자리에 기대어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우주선의 무거운 엔진소리가 그의 귀속에서 점점 더 크게 울려왔다. 아주 오래 전 들었던 익숙한 음에 아득한 기억들이 떠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애써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추억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가방을 열어 물건들을 꺼내보았다. 작은 신분카드가 반짝였다. 새로운 신분 코드가 박혀 있었다. 이름과 얼굴은 그대로였다. 단지 그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신분 코드에 불과했다. 인체코드 검문에 걸리면 영락없이 잡힐 테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했다. 정부는 이런 작은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가 없었다.

화물 우주선 케이탁 호의 엔진은 안다이스 행성의 중력권을 벗어나기 위해 두 번째 엔진 모드로 돌입했다. 존슨은 자신의 몸을 구석에 밀착하고 고정 자석을 활성화 시켰다. 아까 삼킨 알약이 변화된 환경에 몸을 적응시켜 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몸에 엄청난 중력의 힘이 느껴졌다. 얼마 후 그의 눈에 어두운 푸른빛의 형상들이 어지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