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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소설

[The Universe] Sungwoon - short piece of the universe


(저자 주 : 20여년 전 쯤 천리안(PC-Serve)에서 연재하던 연재물에 대한 추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10여년전쯤 끄적거리다 만 단편들, The Universe는 20여년동안 다시 준비단계임)


"조심해!"

성운은 대꾸없이 방을 나갔다. 서서히 작아지는 기계음을 뒤로한체 긴 복도 속에서 그는 소름끼칠듯한 발자욱소리를 퍼뜨려 다시 자신의 귀속으로 집어 넣었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되풀이 되었고 그는 굳어진 마음을 한번더 확인했다.

층계이동기 앞에서 그는 잠시 머뭇거렸다. 푸르슴한 투명 유리너머로 어두운 도시의 불빛이 아른거렸고 바로 아래층에서 멈추어 있는 층계이동기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성운은 고개를 잠시 흔들며 시선의 목적점을 없애려 했다. 쉬운일은 아니였지만 그는 그것에 익숙했다. 지겨움같은 감정은 잊은지 오래였던 것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가 그곳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층계이동기는 성운이 서있는 층으로 올라와 문을 열어 재꼈다. 그는 기계가 원하는대로 응해주었다. 그리고 기계의 음성을 기다렸다.

<마리까보 25-203 확인, 숙소로 이동합니다>

층계이동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의지는 단지 그의 감각만을 제어할수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 이 시간대면 보이던 시선의 익숙함 속에서 그는 내일 해야할 일을 생각 했다. 특별한것은 아니였다. 오늘 했던것 같이 한살쯤 어려보이는 날카로운 성격의 소녀의 방을 정리하고 오염도 측정하여 자료를 저장하고,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부름을 기다리면 되는것이다. 그리고 오늘같이 두세번쯤 날카로운 단어 몇개를 아무 생각없이 들어주고 시간이 되면 나와서 층계 이동기 앞에 서는것, 그것이 그의 생활의 전부였다.

층계이동기는 계속 아래로 내려가더니 창밖의 도시의 풍경을 삼켜버린채 조명등만이 가끔 보이는 지하로 들어섰다. 얼마후 멈춰서더니 문이 열린다. 그는 내려서 자신의 방이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무척이나 많은 방들이 있는 마리까보 25 신분들의 숙소였는데 그는 아직 다른 사람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다른방에 정말 사람이 살긴 하는건지, 어떻게 시간을 조절 했는지 그는 전혀 알수 없었다. 단지 그가 하나 느낄수 있는 건 항상 혼자 사는것 같은 기분을 강제로 느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문제될건 없었다. 이 생활에는 금방 적응할수 있었고--그 이유를 그는 알고 있었다. 차라히 그 이유에게 그는 고마워 하는지도 몰랐다--다른 사람들을 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얼마후면 그의 시야에 그의 방문이 나타날 것이다. 그는 다음 나올 시선의 안식처를 어느정도 기대하며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의 시선의 익숙함에 작은 충격이 가해져 왔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본것 이였다. 그는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는듯한 느낌을 느꼈다. 물론 이 숙소층은 300 여명의 사람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사람의 인기척은 물론 그림자조차 한번도 보질 못했던 것이다.

느끼지 못하는 공기의 고마움이 무척이나 절실했던 과거의 어느 시점이 그의 머리속에서 그의 감정을 자극하려 했지만 단지 기억 이외에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느낌과는 다르게 몸에서 반응하는 이 어색한 현상은 그도 이해할수 없었다.

'허상인가.. 무의식이 잠시 눈에 착각을 일으키게 한것일까..'

그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시선을 스쳐간것에 대해 자신의 감각을 불신했다. 감각에 대한 불신만이 이 생활을 그나마 특별한 문제없이 유지하게 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마리까보 26 계층 시절을 아직 잊지 않았다.

그가 문을 열려하자 이번에는 작은 발자국 소리가 잠시 그의 청각 세포를 두드렸다. 감각에 대한 불신이 일시에 사라지는 순간이였다. 단 두번의 비슷한 종류의 어색한 느낌만으로

그는 그림자가 사라졌었던 모퉁이 쪽으로 뛰어가 머리속에서 계속 연주되는 기억의 잔상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쪽 복도엔 아무것도 없었다. 잠시 그에게 안도감이 느껴졌다. 얼마 안되는 감정의 사치중 하나인

그는 다시 방문앞으로 돌아와 문을 열었다.